방콕 근교 아유타야 1일 투어를 하던 중이었다. 관광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얼굴에 꼬질꼬질 때가 낀 어린아이들 한무리가 우리를 에워싸고 호객행위를 한다. 연꽃과 향을 파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중고등학생쯤 되어보이는 아이도 있고, 대여섯살 밖에 안되보이는 아주 어린 아이들도 있다. 집에서 마냥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만 10살 우리 아들보다도 더 어린아이들이 돈을 벌겠다고 길거리에서 관광객들과 흥정을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흐고, 그 부모들의 무능함과 무심함에 화가 났다.
유독 어려보이고 수줍어서 그런지 무리에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못하는 한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꽃을 사주고 싶었지만 예전 캄보디아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면 쉽게 물건을 사줄 수가 없었다.
앙코르와트 유적의 장엄하고 신비한 보습에 한참 취해있을때였다.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온 만4살쯤 되어보이는 사내아이가 나에게 나무피리를 내밀면서 "원달라(영어)", "오네상~ 이찌도루(일본어로 "아가씨, 1달라" )"라고 소리지르면서 다가왔다. 못들은척 지나가니 한국말로 "일딸라"라며 쫒아오는데 기가 질렸다. 저렇게 어린 꼬마가 벌써 치열한 삶속으로 내몰려 모국어를 겨우 옹알거릴 나이에 생존외국어를 익히게 되었을까.
내 눈에 어린 망설임과 동정의 눈빛을 읽은 것일까. 꼬마는 멈칫하고 선 내 손에 나무잎 피리를 억지로 쥐게 했고, 나는 어차피 하나 사고 싶기도 했기에 동전지갑을 꺼내서 돈을 주려고 했다.
지갑을 꺼내는 순간 나는 패닉에 빠졌다. 나무피리와 나무열매, 잡다한 기념품을 손에 쥔 아이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20-30여명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자기 물건을 사라고 팔을 휘저으며 소리를 질렀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쯤 되어보이는 덩치 큰 아이들에게 밀려 아까 그 어린 꼬마는 저만큼 뒤쪽에서 필사적으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가방을 꼭 움켜안고 아이들을 피하려고 했지만 거의 깔려 넘어질 지경이었다. 다행히 먼저 가던 일행중 남자 서넛이 달려와 아이들을 저지하고 나를 구해주었다. 그 이후로 나는 호객행위하는 아이들을 만나면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재빨리 지나치게 되었다.
| 연꽃을 파는 소녀의 고마운 미소 |
연꽃을 하나 사고 싶어 타이밍을 기다렸다.
구경을 다 하고 나서, 버스에 오르기 직전 약간 뒤로 물러나 있는 아이를 불렀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연꽃과 향이 세트로 3.5바트라고 했다. 아쉽게도 내 손에 있던 동전은 2.5바트뿐이었다. 돈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올라 창밖을 내다보니 아이는 실망하고 지쳤는지 다시 나무그늘에 주저 앉는다. 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창에 대고 사진을 몇장 찍었다. 아이는 눈치를 챘는지, 카메라를 쳐다보며 해맑게 웃어준다.
일상의 고단함도, 꽃을 사주지 않은 서운함도 다 잊은 듯한 미소에 나도 함께 웃어주고 손을 흔들었다.
약간 미안하고 가슴 한켠이 아련했지만, 계산없는 순수함을 보여준 아이에게 너무 고마웠다.
그 마음과 미소를 부모가, 그리고 어른들이 좀 더 오랫동안 지켜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어린시절만큼은 먹고 사는 걱정하지 않고, 억눌리지 않고 해맑게 자랄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올까.
지금처럼 밝게 웃으면서 살게 되길 기도할께.
행복하렴.
캄보디아, 중국오지, 네팔, 티벳 등 고립되고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지역을 여행할때 당부하고 싶은 것 :
섣부른 동정심으로 주민들과 아이들에게 공짜로 돈이나 물건을 주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여행자는 한번 스치고 지나갈 뿐이지만, 외부의 바람이 지역사회를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 자급자족하고, 만족하며 살아왔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외부와 비교하기 시작하고, 외국인은 다 부자며 돈이나 물건을 요구해도 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관광지화되고 관광객이 왕래하면서 어쩔 수 없는 변화이긴 하지만, 정당한 거래의 댓가가 아닌 값싼 자선을 베푸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문화와 전통이라고 하더라도 현지문화를 존중하고, 현지사람들을 존중하며 예의를 지켜야 한다. 모든 문화는 나름의 전통과 지역적 특성이 담긴 것으로 절대적으로 우월한 것도, 열등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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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파는 소녀... 태국에도 있군요.
미소가 너무나 따뜻하네요. 아시아가 하루빨리 발전해서 저런 소녀들이 꽃다는데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꿈을 실현하는데 시간을 쓸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러게요. 아이들이 꽃을 팔기보다 아이답게 뛰어놀고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미소가 아름다운 소녀입니다.
그녀의 미래가 밝고 건강하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네~ 최소한 아이들은 다치지 말고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이쁜 미소를 보니 맘이 더 아려오네요..
그 미소 언제가는 잃어버리지 않을까란 생각에 ㅠ.ㅠ
그러지 않길 바랍니다. ㅠ,ㅠ
맑은 독백님도 아빠가 되셔서 아이들이 다르게 보이시겠어요. ^^
빨리 경제 성장이 되어야 안 보일 장면 같아요..
그래도 행복하게 꿈도 가지는 소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네.. 없어져야지요....
바람나그네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아하.. 그냥 돈을 주면 안 되는 거군요. @_@
글을 보면서 그냥 2.5바트라도 주시지라고 생각했는데..
뒤에 당부를 보니 일리가 있는 것 같네요.
지폐로 더 큰돈을 주고 올 수도 있지만, 섣부른 동정심도 아이의 생각을 망칠 수 있더라구요. 돈을 주고 오면 제 마음은 더 편해지겠지만, 아이에게는 마이너스가 될 듯 해요.
아직은 어린 아이이기에 꽃을 팔지 못했어도 저런 미소가 나올 수 있는 것 같네요 ^^
태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순한 것 같아요. 아.. 라오스도 그렇고, 소승불교권 사람들이 대개 소탈하고 미소를 많이 짓는 것 같아요. 대체적으로..
지당하신 말씀..언젠가 들은적이 있네요..
값싼 동정심이 도움의 손긴이 아니라는 것을..
냉정한것 같아도 장기적으로 봤을땐 그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저도 필리핀 놀러갔다가 1달러주고 기념품 샀었는데;;
한명한테 사니 옆에 있던 아이들이 우루루 ~~ 몰려들어서 큰일날 뻔 봤어요.
차는 이제 가야하는데 ,, 위험한 길가에서 아이들이 1달러.. 1달러.. 외치고.. ㅠ
아직도 그 눈망울들이 눈에 선해요..... ..
필리핀도 그렇군요.
동남아시아의 지방 관광지는 다 비슷한가봅니다.
이곳의 아이들도 공부대신 장사를.. ㅠㅠ;;
날씨가 참 맑아요~
나른하기도해서 졸립기도한데(-.ㅜ) 모쪼록 뽀송뽀송한 오후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빙그레^^;;
우리 나라 아이들도 공부하느라 바쁘지요. 그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호박님의 페트병 수납아이디어 멋지십니다.
소녀의 미소가 아름답네요..
당장 눈앞의 생선 보다는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줘야겠지요...
거리의 아이들은 어딜가나 눈에 밟히는 군요..
아이가 자라면 어른이 되는 건데, 아이들에 대해서는 유독 동정심이 생기네요.
너무 오래간만에 발자욱을 남겨 살짜쿵 미안해지는걸요^^...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저 아이 같은데요...
잘 지내시죠???
하지만..저아이 눈빛이 행복해 보이는걸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무슨 말씀을요~ 언제든지 오시면 환영이지요.
바쁘셨지요? 저도 요즘 중국일일출장이 자주 잡히네요. ㅠ,ㅠ 건강이 최곱니다. 잘 챙겨드시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해 맑은 미소가 더 애처롭게만 느껴지네요...
아침에 괜스레 뭉클...
그러게요.. 이 사진은 두고두고 볼때마다 마음 한켠이 아립니다.
정말 순수 그 자체군요. 저 아이-
자기 물건을 사주지 않아서 참 야속했을텐데도 미소를 보여주고.
덧-요즘 바쁘신가봐요. 달팽아빠는 수시업뎃인데. 달팽님은 조용하시니-ㅎㅎ
중국에서라면 상상도 못할 일인데, 태국에서는 이런 경우를 종종 겪었습니다. 국민성이란 것이 있는 것 같아요. ^^
덧 - 달팽군 기말고사 기간이라 가정교사 노릇 좀 했습니다. 이번 주말엔 글 좀 써야지요. ^^ 글고, 저희 집에 티스토리 로그인 되고, 달팽군 공부하는 영어 웹사이트 로그인 되는 컴퓨터가 단 한대! 라서 경쟁률이 치열..ㅠ,ㅠ 맘 놓고 컴퓨터 붙잡고 앉아 있기가 힘드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