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9 - ![]()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작가정신 5000원(배송비 포함) 특가 판매중. |
<무라카미 류와 Sixty Nine>
일본의 소설이 국내에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일본에서 한류붐이 일고 있다면, 한국 문학계에선 일본 소설의 붐이 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에쿠니 카오리, 츠지 히토나리, 요시모토 바나나 등 특정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국인들이 읽기 시작하면서 그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이다. 특정 작가의 작품은 꼭 읽는다는 사람들도 꽤 생겨났다. 이러한 특정 작가 중에, ‘무라카미 류’라는 작가를 우리는 빠트릴 수 없다.
그의 작품은 매우 자극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의 소설들은 단순한 에로티시즘이나 탈사회적인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살펴보면 그의 작품 속에는 그러한 것들 속에서 느껴지는 현대인의 고독이나 슬픔, 비영속적인 쾌락의 한계 등을 담고 있다. 어쩌면 그의 인기는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함과 동시에 무언가 가슴으로 전해지는 것이 있는 그의 작품들의 특징이, 현대인의 입맛에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 글에서 언급할 무라카미 류 본인의 고등학교 시절을 그린 작품인 'Sixty Nine(69)'은 위에서 말한 그의 작품성격과는 상이한 면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말초신경의 자극 보다는 오히려 웃음이 묻어나고, 고독보다는 즐거움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뭔가 다른 느낌의 작품, 그는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 것일까?
<1969년의 매력, ‘표현’>
무라카미 류, 그는1969년을 “도쿄대학은 입시를 중단했다. 비틀즈는《화이트》《옐로 서브마린》《에비 로드》를 발표했고, 롤링 스톤즈는 최고의 싱글 <홍키 통키 우먼>을 히트시켰으며, 머리칼을 마구 기른 히피들이 사랑과 평화를 부르짖고 있었다. 파리의 드골은 정권에서 물러났다. 베트남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로 표현하였다. 그의 표현을 보면 뭔가 특별한 해 인 것 같지만, 그다지 특별한 해는 아니다. 그러나 인류의 패러다임들이 서서히 무너져 가던 시대 중 한 해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의 설명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범세계적인 시장의 형성, 탈사회적 성격의 젊은이들의 등장, 보수 정권의 퇴진, 대량학살적인 전쟁의 시작’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1969년은 현대사회로 빠르게 넘어가던 시점이었다.
나는 왠지 이 해가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비틀즈와 레드 제플린 등이 활약했던 시기라는 것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을 하며 살았다는 건 정말 멋지다. 그것이 히피적이든, 운동적이든 말이다.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히피들은 머리카락과 반항으로, 운동하는 이들은 운동으로, 가수들은 유명이든 무명이든 노래로 말이다. 현재 2000년대는 사람들이 덜 표현적이다. 주변의 눈치를 봐 가면서 솔직한 자신의 의견을 감춘다. 우리가 사는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학생운동은 언제 있었냐는 듯이 사라졌고, 학생들은 불만을 표현하지는 않고 그냥 참고 지낸다. 모두가 그냥 둥글둥글 넘어간다. 대학이든 사회든 아무런 저항 없이 미끄러지듯 흘러간다. 흘러가는 곳이 좋은 곳인지 나쁜 곳인지 모른 채 말이다. 1969년. 이 해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표현하며 살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해이다. 이 소설은 이러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야자키 켄스케의 매력, ‘즐거움’>
소설은 69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작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똑똑하고 재치가 있으며,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여학생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라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하여 그는 영화를 찍고, 지역 내 학생축제를 계획하고, 학교 옥상 바리케이드 봉쇄를 계획한다. 모든 것이 ‘한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그것이 전부라면 이러한 계획들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학생영화는 자신들의 지적수준을 알리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표현 수단이었다. 축제는 고등학교 생활의 낭만이었고, 옥상 바리케이드 봉쇄는 보수적인 학교에 대한 저항 수단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할 때 굳은 결의와 각오로 신중하게 진행하지 않을까? 영화라면 적어도 관객을 고려해야 할 것이고, 축제라면 참여자를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바리케이드 봉쇄는 범죄행위이기에 더욱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야자키 켄스케, 그는 ‘즐거움’하나로 이 일들을 진행해 나간다.
우리가 만약 야자키가 했던 일들을 한다면 어땠을까? 어떻게 하면 관객을 만족 시키는 영화를 만들까, 어떻게 하면 지역 학생들이 모두 모일 멋진 축제를 만들까, 어떻게 하면 들키지 않고 성공적으로 바리케이드 봉쇄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는 ‘이런 것들을 하면 그 여자가 나를 멋지게 바라보겠지’하는 생각에 즐거워하며 일들을 진행시켜 나간다.
우리는 ‘즐거움’이라는 것을 어떤 일을 하고 난 뒤에 부수적으로 따라 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다. 물론, 즐거움 때문에 일을 흐지부지 망칠 수는 없다. 단순한 재미로 무슨 영화가, 무슨 축제가, 무슨 작전이 나오겠는가. 하지만 즐거움 이라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추구해야 할 가장 큰 것들 중 하나가 아닐까?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움을 ‘보람’이라는 것으로만 얻고 있는 것 같다. 즐거움의 추구는 상스러워 보일 일도, 신중함이 없는 일도 아니다. 그 무엇보다도 자신을 위한 좋은 투자이다.
<마치며>
표현과 즐거움. 둘 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이 두 가지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천천히 되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나만의 자유. 나만의 즐거움.
'책&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흐르는 강물처럼> - 그의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오직 자아의 신화를 향해 나아가는 것. (4) | 2008/12/12 |
|---|---|
| "눈먼 자들의 도시"와 연결된 테마 산책 (4) | 2008/12/11 |
| 세상의 모든 베이시스트를 위하여, "콘트라베이스" (2) | 2008/12/04 |
|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곱게 늙은 절집" (18) | 2008/12/02 |
| <사진가의 여행법> - 진짜배기의 사진 에세이 (10) | 2008/12/01 |
| 잃어버린 우리들의 ‘표현’과 ‘즐거움’을 찾아서, "Sixty Nine" (10) | 2008/11/30 |
| 당신의 '젊음'의 농도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14) | 2008/11/28 |
|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이것은 소설이 아닌 현대사이며 한 편의 다큐이다 (6) | 2008/11/24 |
| Helloween - If I Could Fly (6) | 2008/11/20 |
| <장미 비파 레몬> - 오랜만에 에쿠니 가오리의 느낌이 물씬 배어나는 책 (12) | 2008/11/18 |
| 11월의 비오는 날이면 이노래를 들어보세요. November rain (6) | 2008/11/15 |

| 블로거뉴스에 송고한 최신글 |
|
-
<사진가의 여행법> - 진짜배기의 사진 에세이
Tracked from Blue To Sky 2008/12/01 03:52 삭제사진가의 여행법 - 진동선 지음/북스코프(아카넷) 몇 해 전부터 우리 나라에는 카메라-사진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길거리를 돌아 다니다 보면 오히려 손에 카메라를 안 든 사람들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이다. 오래된 필름 카메라부터 시작해서 전문가용 중급기 DSLR, 하다 못해 흔히 똑딱이라 불리는 P&S 카메라까지 이런 것 한 번 만져보지 못했거나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이젠 아마 드물 것이다. "짧은 시간, 스쳐 지나가듯 만나는 도시 풍경..
-
『식스티 나인』유쾌, 상쾌, 통쾌에 발랄하기까지 한 영화(2008.11.30)
Tracked from Blue To Sky 2008/12/01 03:53 삭제<식스티 나인> (69 Sixty Nine, 69, 2004) #감독: 이상일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안도 마사노부 ★1969년 큐슈의 한 고등학교 3학년생 '켄(츠마부키 사토시)'은 거짓말쟁이에 망상가지만 언제나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일은 반드시하는 성격이다. 친구 '야마다(안도 마사노부)'를 비롯한 '켄'의 친구들과 벌이는 유쾌한 학교생활 이야기★ *영화 시작부터 무언가 터트릴 듯한 느낌이 팍팍 온다. *감각적인 오프닝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영화 제목이 동일해서 혹시나 했는데, 알아보니 역시 '무라카미 류'님의 소설이 영화화된게 맞네요 ^^
영화 제목은 '식스티 나인'으로 동일하고요, 아직 보지는 않아서 어떤 느낌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_-;;
주연은 우리나라에도 제법 잘 알려진 '츠마부키 사토시'와 조금 생소한 '안도 마사노부'네요 ^^
소설보다는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쪽으로 접해 보겠습니다 ^^
영화가 있다는 건 알았는데, 아직 보지 못했어요 ^^;
츠마부키 사토시와 안도 마사노부라... 젊은 연기파배우들이라 잘 만들어졌을 것 같긴 하네요 ^^
개인적으로는 야자키 켄스케 역에 "모리야마 미라이"가 캐스팅 되었으면 했다는 ^^;;
비밀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열심히 하겠습니다. ^^
정말 멋진 표현이어요.
"즐거움이란.. 상스러울 일도 신중함이 없을 일도 아닌 자신을 위한 투자이다"...
칭찬 감사합니다. ^^
항상 즐거움의 중요성을 잊지 마시길!
영화를 보고 글을 읽어 보려고 이제서야 제대로 글을 읽게 됐네요 -_-;;
글을 읽고 느낀 점은 '역시 소설 쪽이 영화 보다는 더 많은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입니다.
현대인쪽의 케릭터로는 '이와세 마나부'를 꼽을 수 있겠네요.(초반부만요)
소심하고 조심스러우면서 어눌한 그의 행동이 현대인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는 바뀌지만요)
소설도 접해보고 싶지만 글 읽는 걸 귀찮아 하는 성격상 쉽게 접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_-;;
책을 안 읽어도 taisnlee님은 남들의 두 배 이상 영화를 보시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애요 ^^
류를 좋아하시나 보네요. : )
두 권에 대한 리뷰 모두 아주 멋져요~
저런 이미지들은 또 어떻게 생각하신건지, 참. ^^
얼떨결에 베스트가 된 첫 포스팅 때문에 이미지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미지 선택을 정말정말 신중하게 하고 있답니다. ^^;
아, 그리고 하루키보단 류가 제 입맛에 맞나 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