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이의 경우>
냉정이란 아마도 인간의 이성을 표현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동물적 습성 또는 감성적인 것들을 제어하는 이성이야말로 냉정이라는 단어에 가장 어울리는 것이리라.
냉정은 현실과 이치에 맞게 자신을 맞춰 나가는 것을 뜻한다. 머리가 마음의 위에 있어서, 머리가 마음에게 진정제를 놓는 것이다.
어쩌면 냉정이라는 단어는 연인들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가슴이 시킨다.’라는 노래도 있지 않은가? 사랑은 두 남녀의 감성의 집합체다.
그러나 이렇게 연인과는 어울리지 않는 냉정이 연인들에게 찾아올 때가 있다. 바로 이별. 두 사람의 감성의 집합체를 한 사람이 이성으로 변질시키거나, 두 사람 모두 이성으로 변질시키면 사랑은 이별로 변한다.
이후, 사랑했던 두 사람은-어쩌면 한사람만-다음 사랑이 찾아오기 전까지 이성적으로, 다시 말하면 냉정하게 살아간다.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서 냉정이라는 방어막을 찾는 것일 수 있고, 감성이 사라진 상태를 냉정으로 납득시키고 있는 것 일수도 있다.
영화에서 아오이가 이 케이스다. 열정적인 사랑의 끝, 그녀는 냉정이라는 방어막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남아있는 감성을 억제한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 하지만, 새로운 대상도 알아챌 정도로 남아있는 감성이 강하다. 이것을 쥰세이에게 들키지 않도록 그녀는 더욱 더 냉정해져만 간다. 하지만, 결국 쥰세이의 열정에 그녀는 자신의 감성을, 열정을 되찾는다.
그녀는 어떻게 열정을 회복한 것일까? 왜 쉽게 냉정을 포기한 것일까?
나는 그녀가 냉정과 함께한 기간이 없었다면, 그녀는 자신의 감성에 대한 소중함을 잃어버렸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냉정과 함께한 기간은 그녀에게 감성에 대한 생각하는 기간과 동일한 것이니까.
사랑엔, 이별의 순간이 아니더라도 가끔씩, 사랑에는 냉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아오이의 모습에서 나는 보았다. 냉정으로 열정을 다시 찾아보는 것.
<쥰세이의 경우>
열정이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자세이다.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욕구다. 살아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이것을 가지고 있다. 살겠다는 자세 그것만으로도 열정이기에.
쥰세이는 아오이와의 이별에도 불구, 여전히 그녀와의 사랑의 열정을 놓지 않았다. 그리하여 쉽게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지 못하고, 그녀와의 추억을 더듬으며 살았다. 쥰세이는 끊임없는 아오이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그녀와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순전히 쥰세이의 열정이 쥰세이에게 사랑을 다시 가져다주었을까?
쥰세이가 아오이에게 보낸 편지를 보자. 이별의 순간, 자신의 잘못을 고하는 편지. 이것이 과연 열정으로 쓰여진 편지일까? 자신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뒤돌아 본 냉정속의 결과가 그 편지 속에 순수한 열정을 담아낸 것이 아닐까?
그녀에게 편지를 보낸 후, 그가 계속 그녀의 대한 열정만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는 그가 자살했을 거라 생각한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아오이를 여전히 사랑하면서 다른사람을 찾지 않으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자세, 이것은 무한한 열정으로만 가능한 게 아니라, 사랑에 대한 냉정한 관찰 후에 내린 쥰세이의 자세가 아닐런지.
<마치며>
사랑이란 한없이 뜨거운 가슴으로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 뜨거운 것은 언젠가는 식어버린다.
사랑이 식어버렸을 때, 우리는 그 상태를 '사랑의 끝'으로만 판단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그 차가운 상황 속에서, 다시 피어오를 불꽃을 찾아 낸다면 그 불꽃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냉정과 열정사이. 당신의 영원한 사랑은 그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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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아주 멋진 리뷰입니다. 무척 맘에 들어요.
피렌체에 갔을 때, 영화의 포스터에 나오는 바로 저 곳에 가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두오모 위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 보았죠.
저 광장을 한 눈에 찾을 수 있겠더군요.
피렌체에 4일을 머무르는 동안 3일을 두오모에 올라 갔었죠.
남들은 돈과 시간이 아까우니 다른 것들을 보라고 했는데 제겐 두오모 위에 올라가 있던 그 시간이 가장 행복했어요.
...안군님의 리뷰를 보고 나니 제가 보냈던 시간이 쥰세이의 시간이 아닌가 싶네요.
몸도 마음도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정말 그녀인걸까라고 오랜 시간을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제게 결국 그녀였거든요.
그래서 오랜 시간의 기다림 끝에 결국 그녀를 다시 만났죠. 도저히 다른 사람을 만나서 사랑할 수가 없었어요, 전...
이 영화 때문에 동양인들에게 피렌체의 두오모는 정말 사랑의 성지가 된 것 같습니다. 비꼬는 게 아니라, 저도 너무 가고싶어서 ^^;;
... 바위풀님에게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머리로 자신의 감정을 평가했던 그 시간이 정말 괴로우셨을 겁니다. 그것을 이겨냈다는 것이 너무나 멋지군요!
제게는 특별한 영화예요...
책도, 영화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던...
지금도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덜컹...
전 세계적으로 히트 한 영화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 영화의 가치는 빛나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