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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이 없는 장애인, 길거리 서예가로 살다.

감성미디어/일상다반사 | 2009/03/27 06:11 |


센트럴역에서 소호로 가는 중간에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시작되는 연결통로가 되는 상가가 있다. 서둘러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뭔가 하고 봤더니 두팔이 없는 한 장애인이 붓글씨를 쓰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신기한 듯 구경하다가 그냥 지나쳐 갔고, 더러 돈을 던져줬으며, 몇몇은 돈을 내고 써놓은 글씨를 들고 갔다. 광동어를 못하고 북경어로 이야기를 하는 걸로 보아 홍콩사람이 아니라 중국본토에서 건너온 사람인 듯 했다. 어떤 연유로 두 팔을 잃은 것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그 후에 장애를 극복하고 살기 위해서 그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을 것인지는 절실하게 느껴졌다.
 
중국의 인신매매와 앵벌이
중국에서는 사고로 장애가 되는 경우외에도, 인신매매단이 사람을 잡아다가 (특히 어린이가 많다) 팔 다리를 절단하거나 이상한 형태로 사지를 변형해서 앵벌이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 심천 같은 대도시의 역과 국경버스 정거장 근처에서 구걸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경우가 대부분 그렇다고 한다. 자주 출장을 가는 중국 심천에서의 장애인들의 경우 지나가는 행인의 옷을 잡고 늘어지거나 겁을 줘서 돈을 구걸한다. 비굴한 표정으로 구걸을 하다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그냥 지나가면 중국어로 마구 욕과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묵묵히 글만 써내려갔다. 붓으로 글을 쓰는 일 외에도 종이뭉치에서 새종이를 한장 떼어내는 일, 낙인을 찍는 일, 글을 쓴 후 다른 종이로 먹물을 흡수하는 일 등 잡다한 일들을 느리지만 익숙한 손길로 혼자서 해내고 있었다. 힘들어 보이는 그의 동작에 동정심 많은 행인이 도와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는 괜찮다고 이야기 한 후 스스로 일을 처리했다. 좋은 내용을 담은 글의 가격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원하는 만큼 돈을 내고 알아서 가져 가라고 했다. 그는 돈통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쉬지 않고 글을 써내려 갔다. 단지 사람들이 글을 가져가거나, 지나가며 돈통에 돈을 던져줄 때는 어김없이 "고맙습니다.(xie xie)"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0 홍콩달러(약 3,500원)을 내고 그의 글이 쓰여진 종이를 들고 갔다. 나도 40불을 내고 2장을 가져왔다. 한장은 내가 고르고, 다른 한장은 아들이 골랐다.
 
"이 사람은 구걸하는 게 아니야, 자신의 일과 작품에 대한 댓가를 받는 거야."
 

 아들이 "저 아저씨는 거지인가요?"라고 물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저 사람은 자신의 장애를 이용해서 돈을 구걸하는 거지가 아니야.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그 댓가를 받는 거야."
 

 그의 손놀림에서 그가 지금처럼 글을 쓸 수 있게 되기까지의 인고의 시간이 보였다. 자신의 장애에 대해 얼마나 운명을 원망했을 것이며, 삶을 포기하고 싶었을까. 나는 현재 그의 삶을 알지 못한다. 그가 행복한지, 여전히 누군가에게 이용당해서 돈을 버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지, 매일 밤 그가 어떤 집에 돌아가서 눕는지, 돌봐주는 (혹은 돌봐야 할) 가족이 있는지도 알 지 못한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자신의 삶을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였으며,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서 치열하게 살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 그렇지만 비굴하지 않은 그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나는 그를 동정하지 않는다. 힘겹고 치열한 삶을 영위해가는 그의 모습에서 자극을 받고 희망과 위안을 얻은 만큼 그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나도 살면서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세상에 빚을 갚으면서 제대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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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이 마흔이 넘은 장애인 학생, 그래도 꿈만은 포기할 수 없다!

    Tracked from 정철상의 "커리어노트" 2009/03/27 08:10  삭제

    교수인 저와 동갑내기 학생. 그와 나눈 이야기에서 제가 느낀 개인적 감정을 포스팅 했습니다. DAUM 메인까지 노출되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주셔서 후속 글을 적어야 될 의무감을 느꼈습니다. 제가 언급했던 박제희 학생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다시 나눴습니다. 인터뷰와 사진까지 허용해주셔서 관련 글과 사진을 올립니다. 기사 형식으로 글을 쓸까하다가 아무래도 제 주관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 이야기 나눴던 대화 내용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인터뷰 형식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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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로카르노 2009/03/27 0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댓가를 받는 것이지 거지가 아니다..정말 감동입니다^^
    저 분 글씨를 정말 멋지게 쓰셨네요!!저희 동네에 계셨다면 저도 몇장 사고 싶을만큼요~

    • BlogIcon 달팽가족 2009/03/27 09:57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술이 단순히 아름다운 것, 멋진 것이 아닌 인간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라면.. 이분의 글씨를 보면서 이분의 삶이 오버랩되어서 더 감동을 받는 것 같습니다. 멋지게 사는 사람들은 삶 자체가 예술인 것 같습니다. 명품인생이라는 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2. BlogIcon The Blue. 2009/03/27 06: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슴이 뭉클하네요. 자신의 신체적 결함에 좌절이 느끼고 포기를 하는 삶을 살아갔을 수도 있었을텐데...
    저렇게 예술로 승화시켰네요. 로카르노님 말씀대로 저도 저분의 작품은 한점 사고 싶네요.

    저를 반성하게 만드는 포스팅입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 BlogIcon 달팽가족 2009/03/27 09: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음에 시내에 나갈 일이 있으면 몇 점 더 사서 다른 분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습니다. 정말.. 볼 때마다 자극이 됩니다. 더 열심히 살고 싶어집니다.

  3. 089 2009/03/27 08: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청역 덕수궁 돌담길에도 한팔이 없는 상태로 조각을 하는분이 계시지요.
    매일 나와서 일하시던데.

    • BlogIcon 달팽가족 2009/03/27 10: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덕수궁에 계신 그 분... 포스팅도 언젠가 본 것 같습니다. 위기가 왔을때 그걸 극복하면 사람은 한단계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돈이나 명예가 아닌 그 사람 자체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그분들이 열심히 사는 만큼 세상도 그분들에게 보답을 해줬으면 하는데..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4. BlogIcon 니나브리사 2009/03/27 08: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침부터 정말 감동적인 포스트네요.

    자신의 삶을 인정한다는것이 마냥쉬운것이 아닌데, 정말 존경스럽네요.
    저도 제 삶을 받아들이고, 그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오늘을 보내야겠어요.
    감사해요, 이런포스팅~

  5. 한사랑 2009/03/27 08: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정도 쓸려면 엄청난 시간이 들었을거에요....아니면 원래 서예 좀 하시던 분이던지.
    서예 붓놀림이 손가락의 강약조절과 섬세한 팔 움직임이 필요한 건데 참 잘 쓰시네요.
    저 자리에 있었다면 한장 샀을텐데....

    • BlogIcon 달팽가족 2009/03/27 1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멀쩡한 두손으로도 하기 힘든 일인데.... 손이 아닌 팔로.. 손가락도 없이 해내는 걸 보고... 정말...

  6. 화이팅 2009/03/27 09: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나 눈이 오면 어쩔런지..좀 더 나은 환경이 제공됐으면 좋겠네요.

    저런 분들이 꿋꿋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었으면...

    화이팅해드리고 싶어요!!!

    • BlogIcon 달팽가족 2009/03/27 13:5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곳은 상가의 통행로라서 외부는 아니구요. 실내예요.. 완전히 바깥은 아니어서 바람때문에 종이가 날리거나 비를 맞거나 하는 돌발적인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듯해요.

  7. 최고네.. 2009/03/27 09: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손이 있어도 저정도는 못쓰는구만....ㅇㅅㅇ;;;; 멋집니다.

    • BlogIcon 달팽가족 2009/03/27 13:52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인간은 생각치도 못한 것을 해내기도 하나 봅니다. 불가능하다고 포기하지 않는 한 불가능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8. 저도 2009/03/27 0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며칠전에 이분 봤는데 바빠서 가까이서 보진 못했네요..
    돈을 주고 살수도 있는것도요..

    • BlogIcon 달팽가족 2009/03/27 1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주로 밤시간에 지나서 몰랐는데, 낮시간엔 자주 보이나 봅니다. 나중에 시간 되실때 한번 다시 들러보세요. ^^

  9. BlogIcon 박준범 2009/03/27 09: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님은 감동의 사제가 되어 메마른 이시대 수 많은 사람에게 소중한 정서를 다시금 싹을 틔우게 만드셨습니다.
    힘찬 박수로 응원합니다.

  10. 감사 2009/03/27 09: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아침 상쾌하게 시작하네요.
    가슴 뭉쿨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님께 감사드리며, 저분이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11. 저도 감사 2009/03/27 09: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따뜻한 내용입니다

  12. 미주알고주알 2009/03/27 09: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아침에 따뜻한 글이 제맘까지 전해오네요.
    참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불평하고 원망하기보다 묵묵히 열심히 감사하면서...
    멋져요.
    우리도 홧팅합시다.

  13. BlogIcon pennpenn 2009/03/27 0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14. BlogIcon 빛이드는창 2009/03/27 1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의 모습이 있기까지 많은 아픔의
    시간들이 함께 했을텐데...
    마음이 찡해집니다.

  15. BlogIcon 펀펀데이 2009/03/27 1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동받아 추천한방 날립니다.
    근데 인신매매단 진짜 개X끼들이네요.
    천하의 때려죽일놈들...

    • BlogIcon 달팽가족 2009/03/27 14:00  댓글주소  수정/삭제

      팔부분이 깨끗하게 절단될 걸로 보아, 기계를 다루다가 일어나 사고이거나 인신매매단 같이 나쁜 사람들에게 당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었습니다. 정말... 나쁜 놈들에게는 똑같이 해주고 싶어요.

      그런데, 중국은 무서운게... 아직까지 공개사형이...ㅠ,ㅠ

  16. BlogIcon 소천*KA 2009/03/27 13: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무어라 말을 잇지 못하겠어요. 그냥 고개만 숙여집니다.

    • BlogIcon 달팽가족 2009/03/27 14:02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그랬답니다... 할말을 잃게 만들고.. 왠지 부끄러워지는.... 그 느낌을 잃지 않고 오래 간직하면서 살고 싶어서 그분의 글씨를 가져왔답니다.

  17. BlogIcon taisnlee 2009/03/27 14: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손가락으로 붓을 잡고 쓰는 것이 아닌데도 붓글씨가 참 아름답네요 ^^
    저보다 자기만족도가 높아 보여서 부끄럽네요 -_-;;

  18. BlogIcon 도꾸리 2009/03/27 15: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품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받는 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 BlogIcon 달팽가족 2009/03/27 23:39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열심히 사는 댓가라고 생각해요. 구걸이나 남의 도움에 기대고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요..

  19. josebeko 2009/03/27 2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 왼손과 왼발을 잘 못 쓰는 장애인인데 , 그분에 비하면 " 장애의 정도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해 주신 분이예요 !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강건하시기를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

  20. BlogIcon 미자라지 2009/03/28 0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흔적 쫓아왔는데 예전에 베스트글에서 지나쳤던 글이였네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네요^^

  21. BlogIcon 백마탄 초인 2009/03/28 0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혼신의 힘을 다해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모습에 절로 고개 숙여지는군요!!!

    우리는 이사람의 정신력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인간은 위대한 존재입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길,,,^ ^

    • BlogIcon 달팽가족 2009/03/29 2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인간은 위대할수도, 보잘 것 없기도 하고..본인 스스로가 자기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

  22. BlogIcon 미르-pavarotti 2009/04/02 0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조그만 일에 자학하고 실만하고
    부모들도 자식들을 너무 약하게 키우는 것 같고요
    존경스러운 분이네요..